의료기기 제조 스타트업인 큐리오시스가 세포 분석 장비를 앞세워 신약 개발사를 공략한다. 최근 L&S벤처캐피탈, 대교인베스트먼트, SJ투자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탈이 60억원을 베팅했다. 큐리오시스는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제품 인증 획득과 양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투자사들이 큐리오시스를 눈여겨본 이유는 무엇일까. 세포 분석 장비의 기술적 우위가 확고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포치료제 개발에 뛰어드는 제약사를 대상으로 판로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 백혈구·혈장 분리 ‘필터리스필터’, 다량 샘플 관찰 ‘라이브 셀 이미징’
큐리오시스가 최근 개발한 필터리스필터(FilterlessFilter) 기술은 혈액에 든 백혈구와 혈장을 분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기술은 면역세포 배양에 앞서 전처리 과정을 거칠 때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개발로 최장 3시간이 소요됐던 기존 원심분리 방식과 비교해 성능 개선은 물론 비용까지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채혈하는 동시에 많은 양의 세포를 분리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백혈구가 손상될 가능성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4년 동안 협업한 덕분에 필터리스필터 기술이 빛을 볼 수 있었다는 평가다. 현재 10㎛(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칩을 생산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라이브 셀 이미징(live cell imaging) 장치도 주요 제품 가운데 하나다. 울산과학기술원과 공동 개발한 영상 처리 기술인 ‘QPI(Computational Quantitative Phase Imaging)’를 접목해 완성했다. 150개의 샘플을 동시에 실시간 관찰이 가능해 하나의 배양 접시만 계측할 수 있는 기존 제품의 한계를 극복했다.
성과도 이어졌다. 최근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향후 라이브 셀 이미징 장치를 공급하기로 뜻을 모았다. 내년 1분기까지 시제품을 완성해 파트너 업체에 제공할 예정이다.
투자사 중 한 곳인 대교인베스트먼트의 김범준 팀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 등과 대형 R&D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기술의 사업화에 성공한 기업”이라며 “치료제 개발사를 겨냥해 면역세포 분리 및 분석 기기를 공급하기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 ‘유세포 분석기’ 인증·양산 추진, ‘암 진단 시스템’ 개발 병행
재무적 투자자(FI)의 실탄으로 유세포 분석기 양산을 추진한다. 큐리오시스는 유세포 분석기인 ‘큐리오사이토미터(Curiocytometer)’의 시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병원에서 보편적으로 쓰는 혈액 진단 기기로 세포가 흐르는 액체에 레이저를 이용해 입자 구성을 살피는 기능을 담았다.
내년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획득하겠다는 게 큐리오시스의 목표다. 22곳의 국내외 협력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 바이오 기업, 병원 등을 공략하는 구상을 짰다. 향후 많은 양의 병리 조직을 자동 스캔하는 장비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윤호영 큐리오시스 대표는 “세포 분석 장비와 진단 기기를 앞세워 국내외 의약품 R&D 영역에서 독보적인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며 “산학연 협력을 강화하고 양산 체계를 개량해 주력 제품을 상용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