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실험실에서는 작은 소모품, 단순한 원심 분리기조차 국산 제품이 있음에도 외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임에도 아직까지 이 업계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국내 바이오 시장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바이오 사업을 할 때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넘어 사명감과 인내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일 서울경제와 만난 윤호영(사진) 큐리오시스 대표는 “2015년 회사를 설립한 이유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목적 때문만은 아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의 기계 개발·생산 기술력이 세계 최고수준이어서 여러 분야에서 한국산 기계가 많이 쓰인다. 하지만 유독 바이오 업계에서는 외국산 기계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윤 대표는 “바이오 분야의 특성상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으로 구현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면서도 선제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기업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큐리오시스는 대형 진단 의료기기와 세포를 이용하고 분석하는 연구용 장비, 세포를 배양하고 활용하는 시설 구축에 필수적인 다양한 자동화 기기를 개발·생산하는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다. 본사는 서울 강남구에, 공장은 경기도 용인에 있다.

서울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윤 대표는 “장비의 원리·작동 방법에 관심이 많아 작은 것부터 배워가면서 실험을 했지만 장비 사용의 어려움 때문에 원하는 실험 결과를 못 내는 연구원들을 많이 봤다”며 “그래서 사용이 쉽고 가격도 저렴한 장비가 개발되면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에 큰 도움이 되고 나아가 암과 같은 난치병을 정복하는데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고 사업에 대해 확신했다. 누구나 사용이 쉬운 장비는 경쟁력이고 이는 곧 바이오 업계에서 한국산 기계를 많이 사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고 윤 대표는 전망하고 있다.

큐리오시스의 대표적인 제품은 ‘라이브 셀 이미징 시스템 셀로거 시리즈’다. 셀로거 시리즈는 세포 배양 환경에 최적화된 인큐베이터 안에서 장시간 안정적으로 관찰 가능한 자동현미경으로 저렴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큐리오시스는 몇 년 안에 첨단의료기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 대표는 “국내 바이오 시장이 수입하는 의료·진단기기는 연간 2조원 가량 되는데 이 장비들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장비는 30%정도다”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을 통해 국산화율을 50%까지 높인다면 연간 4000억원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는 국내기업이 국내시장에서 4000억의 매출을 추가로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며 연관 분야로의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면서 “큐리오시스가 그 중심에 설 것이며 혁신적인 제품을 끊임없이 출시하는 세계적인 회사가 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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