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디지털 병리 시스템의 전면 도입을 선언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제 한땀한땀 현미경으로 환자 조직을 들여다보는 대신, 자동 스캐너로 조직을 촬영하고 컴퓨터로 결과를 확인한다. 의사들은 고해상도 조직 사진을 화면에 띄워 병소를 분석하고, 조직병리 분석 소프트웨어를 가동해 진단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디지털ㆍ인공지능(AI) 기술은 헬스케어 산업 구석구석에 침투하며, 병리 분석이라는 특정한 분야에까지 손길을 뻗쳤다. 이에 디지털 병리라 불리는 새로운 물결이 일며, 의료업계와 제약바이오업계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다.

다만 그 물결이 일고 있다는 것과 거기 탑승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충분한 자금과 시간을 들여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준비해 온 서울아산병원과 같은 기관들이 있는 반면, 어떤 기관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라는 것이다.

핵심은 기기다. 수천, 수만장의 조직 슬라이드를 자동으로 촬영하고 서버로 업로드하는 ‘자동 디지털 스캐너(Automated Digital Scanner)’ 기기를 구비하는 게 디지털 병리의 첫 걸음이다. 고도의 광학 기술이 필요한 탓에, 필립스(Phillips), 라이카(Leika) 등 해외 기업의 제품들로 채워져 온 분야다. 그 판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비집고 들어와 틈을 벌렸다. 더 낮은 가격에 더 나은 성능을 구현한 제품을 제공한다는, 어느 분야에서든 듣기 반가운 제안을 들고 왔다. 그런데 이 제안을 내민 쪽은 더 이상 외국인이 아니었다.

친숙한 모습하고 반갑게 손짓하는 쪽은 한국기업 ‘큐리오시스(Curiosis)’다. 디지털 병리 물결을 타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이들에게 매끈한 스캐너를 내밀며 “야, 너두 할 수 있어”라고 말한다. 먼발치서 지켜보던 히트뉴스도 슬그머니 옆에 섰다.

설립 9년차, 매출 50억원의 신토불이 하이테크(High Tech) 기업이 어떻게 필립스와 라이카를 따라잡을지 자못 궁금하다. 히트뉴스는 21일 디지털 병리&AI 학회가 열린 서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큐리오시스의 두 리더 박민섭 수석연구원과 심치형 이사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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